에코칼럼

"돈내고 탔는데"…지하철 자리양보 안하는 청년의 황당한 궤변?

세미예 2011. 9. 29. 07:37

"나이든 어른한테 젊은 학생들이 너무하네"

"너무하긴요. 당연하죠. 우리들도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니까요."

"요즘 젊은이들 정말 너무 심하네"

"심하긴요. 당연한 것 아닌가요. 의무와 권리는 같이 주장할 수 있잖아요."

"그래도 요즘 젊은이들 너무 심한 게 아냐."

"예전 세대랑 자꾸 비교하는데 옛날과 요즘은 많이 다르다구요."





무슨 대화일까요. 지하철 자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젊은 학생들하고 나이든 어른하고 무슨 일이기에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요.

지하철을 타면 혹시 자리에 앉아 가시나요. 아니면 어른들에게 빠르게 양보를 하는 편입니까. 혹시나 해서 자리에 생기면 지하철 자리에 앉아가는 동안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지 않더군요. 지하철 자리양보 문제와 지하철 에티켓에 관해 생각해봤습니다.




지하철 자리양보 얼마나 하기 싫었으면?
어제는 지하철을 타고 약속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지하철이 달려갑니다. 한 역에 다다르자 이내 사람들이 많이 내립니다. 빈자리가 몇 곳 생깁니다. 젊은 대학생 또래의 남자 3명이 쪼르르 빈자리에 앉습니다. 다시 열차가 달려갑니다.

또다른 역에 도착하고 사람들이 내리고 탑니다. 그런데 한꺼번에 연세가 드신 어르신 몇분이 들어옵니다. 조금전까지 웃고 왁자지껄 소란하던 이 젊은이 3명이 약속이나 한듯 갑자기 일제히 눈을 감습니다. 잠든 척 합니다. 

젊은이 꼼수에 혀를 차는 어르신 
젊은이 3명의 눈을 감는 모습을 바라보던 어르신들이 답답하다는듯 혀를 차는 모습이 참 안타깝습니다. 어르신들은 자리를 잡지못해 서서 갑니다. 또다른 역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더 많이 탑니다. 역에 도착하고 출발하면서 어르신들의 몸이 이리 저리 요동칩니다.



어른 훈계에 못들은 척?

"이봐, 학생 잠든 척 하지 말고 양보 좀 해라"

이 젊은이들의 잔머리를 지켜보던 50대로 보이는 어느 남자분이 답답하다는 듯 젊은이들을 깨웁니다. 일어나 자리를 양보해주라고 합니다. 젊은이들이 마지못해 눈을 뜹니다. 하지만, 자리는 양보하지 않습니다. 기분이 나쁘다는 듯 아예 눈을 뜨고 자기들끼리 쑥덕쑥덕 이야기를 해댑니다.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노인들은 경로석을 이용하라?
"이봐, 학생. 자리를 양보해라."
"?????"
"요즘 젊은 아이들은 참 버릇이 없어서 어디 쓰겠나"

20대로 보이는 이들 3명의 모습이 답답하다는 듯 50대 아저씨는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러자 이들 20대는 노인들은 경로석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경로석을 놔두고 왜 일반석을 이용하느냐고 오히려 큰소리입니다. 




돈내고 탔으니 돈을 안내는 어른들은 앉을 권리가 없다?
20대의 황당한 대꾸에 화가 난 50대 아저씨는 버르장머리 운운하며 역정을 냅니다. 그러자 이들 20대의 말이 가관입니다. 자신들은 정당한 돈을 내고 탔으니 앉을 권리가 있다고 합니다. 나이가 많은 어른들은 돈을 안내기 때문에 경로석에 앉아 가야 한다고 합니다. 자신들은 돈을 내고 탔기 때문에 일반석에 앉을 권리가 있다고 합니다.  

끝끝내 자리 양보 안하는 젊은이
50대 아저씨의 목소리가 높아져도 이들 젊은이 3명은 꿈쩍도 않습니다. 기분이 몹시 상했다는 표정입니다. 기분이 나빠서 자리를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는 듯 누가 뭐래도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50대 아저씨의 말이 듣기 싫다는듯 일제히 이어폰을 꺼내 음악을 듣습니다.

젊은이보다 더 멋진 어르신?
"우린 괜찮아. 운동도 되고 좋은 걸. 아이들이 공부한다고 피곤했을 터이니 앉아 가게 해 줘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역이 몇군데 바뀌어도 계속 서서 갑니다. 그런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목소리를 높이던 50대 아저씨에게 한마디 건넵니다. 자신들은 괜찮으니 개의치 말라고 합니다. 이 말을 듣고도 젊은이 3명은 꿈쩍도 않습니다.  


씁쓸한 젊은이들의 모습
지하철을 내려 목적지를 향해 걸어갑니다. 걸어가면서 뒤꼭지에선 내내 조금전의 광경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젊은이들의 음성이 떠나가지 않습니다.

특히, 돈을 내고 탔으니 자리에 앉아서 갈 권리가 있다는 말과 돈을 안내는 어른들은 경로석만을 이용하라는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돕니다. 어떻게 보면 이들 젊은이들의 말이 옳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 모두가 이들 젊은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우리 사회에 경로효친은 없습니다. 노인들은 설자리가 없습니다.




평생 젊음은 없다? 언젠가 노인이 된다면?

이들 젊은이들은 평생 젊음을 간직하지 못합니다. 언젠가는 이들도 노인층에 들것입니다. 그때 새로운 세대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사람은 언젠가는 싫어도 노인층이 되고 맙니다. 이들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노인이 되었을때 젊은이들이 자리를 양보하지 않아 이리저리 파도에 밀리듯 힘들게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습이 바로 자신들이 될 것임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사회는 경로효친의 아름다운 전통이 있습니다. 경로효친의 전통은 어쩌면 작은 나눔과 작은 희생일지도 모릅니다. 이들 작은 나눔과 작은 희생이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고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왔는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금씩 경로효친의 모습이 허물어지는 것을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길이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