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생활

우리 친척이…왜 우린 '우리'란 말 그토록 자주 사용할까?

세미예 2009. 5. 1. 08:24

“우리 친척이 장관됐어”

“우리 친척이 사법고시 됐어”

"우리 친척이 이번에 땅 샀어요."

"우리 친척이 사장됐어요."

"우리 친척은 시장이 되었어요."

"우리 친척은 너무너무 잘 살아요."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가만히 따져보면 과연 그 친척이 진짜 장관이 되었는 지, 사법고시에 합격했는 지 알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식의 표현을 유난히 즐겨 사용합니다. 흔히 “우리 ○○가 □□됐어”라는 표현이죠.


그렇다면 왜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 지, 그런 표현의 진짜 의도는 무엇인 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이들 표현에 등장한 ‘우리 삼촌’ 

“우리 삼촌은 경찰이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또다른 아이가 받습니다.

“우리 삼촌은 검사다”

이에 뒤질세라 다른 아이가 되받습니다.

“우리 삼촌은 장관이다”

또다른 아이도 가세합니다.

“우리 삼촌은 국무총리다”

또다른 아이가 목소리 톤을 높입니다.

“우리 삼촌은 대통령이다”

“피, 거짓말. 질 것 같으니까.”

초등학생들이 모여서 조잘조잘 대화를 이렇게 나누더군요.





청소년들의 ‘우리 친척’

“탤런트 ○○○는 우리 먼 친척이다”

한 여중생의 이 말이 끝나자 다른 여중생이 말을 받아칩니다.

“가수 ○○○는 우리 먼 친척이다”

이에 뒤질세라 또 다른 여중생이 말합니다.

“우리 친척 중엔 판검사도 있다”

또다른 여중생이 대꾸합니다.

“우리 친척 중에도 있다.”

또다른 여중생도 가세합니다.

“우리 친척중엔 판검사 장관 모두 있다”

그러면 일제히 말합니다.

“거짓말. 질 것 같으니까. 우리는 진짜인데.”

여중생이 모인 자리에 갔더니 이런 대화를 나누더군요.


성인들의 ‘우리 친구’ 

“우리 친구 중에 푸른집의 비서관이 있다.”

“수사결과를 발표한 그 친구 있잖아, 우리 고등학교 동문이다.”

“그 골프장 사장이 우리 친구다.”

“그 고위 공무원 우리 친구다.”

직장에서 한 직장인이 흔히 하는 말입니다.

참으로 발이 넓은 것인지 과연 친구가 맞는 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자기 과시일까 카타르시스일까?

한국인은 ‘우리’라는 표현을 참 자주 사용합니다. 위의 대화속 공통점은 바로 ‘우리’라는 단어입니다. 아이도 청소년들도 성인들도 모두 ‘우리’를 사용합니다. ‘우리’라는 말속엔 집단이라든지 동류의식이 진하게 배어있습니다.


그 ‘우리’라는 표현을 들어 모이면 ‘우리○○’가 어떻게 했다고 말하곤 합니다. 이렇게 말을 해야만 어느 정도 자기 과시가 되는 모양입니다.




서양은 나 혹은 내를 강조하지만 우리를 강조하는 민족

서양의 경우 ‘나’ 혹은 ‘내’가 어떻게 되었다는 식의 표현을 즐겨 사용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우리’라는 표현을 들어 은근히 자랑하곤 합니다.


또다른 시각에서 생각해보면 동류의식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우리'란 말이 베어든 것은 아닐까요. '나'가 아닌 '남'이 아닌 '우리'는 한가족, 한마음이라는 그런 의식이 알게 모르게 짙게 깔린 것은 아닐까요.


혹시 이런 표현들 사용하지 않으세요. 흔하게 보는 장면 아닌가요. 이 점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 삼촌, 우리 친척, 우리 친구’가 뭐라는 식의 표현 처음 듣는 말인가요. 자주 들어 보셨다고요. 아마 그 말속엔 은근히 카타르시스를 느껴보려는 의식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하루는 한국인의 '우리'라는 단어를 생각하면서 '나' 보다도 '우리'를 생각해보시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